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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박스>리뷰: 참신한듯 참신하지 않은 영화 | 넷플릭스 영화 본문
"미지의 재앙이 인류를 휩쓴다. 세상이 뒤집힌 지 5년. 용케 살아남은 여자와 그녀의 아이들이 또다시 위기에 처한다. 안전한 곳을 향해, 그들은 필사적인 모험을 감행한다."
오늘도 넷플릭스의 짤막한 설명을 앞두고 2시간을 지불할까 고민하다가 산드라 블록이 마중 나온 것을 보고 단숨에 터치.
어떤 곳은 들으면 죽는다는 설정이던데(콰이어트 플레이스), 여기서는 보면 죽나보다. 답답해서 어떻게 살려나? 이 정도 느낌으로 시청하기 시작한다.
전개
주인공인 맬러리(산드라 블록)를 중심으로 어느날 도래한 미지의 재앙? 귀신? 괴물? 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주변 여러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이 맞춰진 채 스토리가 전개 된다.
공포의 대상인 무언가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정작 그 무언가의 실체는 끝내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인물들의 불안, 공포, 걱정 등에 대한 감정 표현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연출
클로즈업 쇼트 기반으로 인물의 표정을 섬세히 담아내려 애쓰며 이를 통해 풍부하게 공포와 불안에 대한 감정을 전하려 한다.
또한 이를 강조하기 위해 아웃포커싱을 추가적으로 씌웠는데, 이게 너무 과도하게 쓰이지 않았나 싶다. 강조가 너무 오래되다보니 깊이가 얕아지는 느낌이었다.
핸드 헬드 방식 촬영을 통해 관찰자 입장에서 장면의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은 좋았다. 도망치거나 뛸 때의 장면뿐만 아니라 인물이 서로 대화할 때도 이 방식을 사용하여 바로 앞 인물에 동화된 느낌? 등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효과음
알 수 없는 무서운 무언가, 이를테면 공포영화의 귀신 등이 등장할 때 효과음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를 가져와 충격적인 장면을 각인 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버드박스의 그 무언가는 그 실체를 직접 드러내지 않기에 이러한 효과음이 아닌 서서히 다가오는 듯한 효과음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점점 옥죄어오는 느낌을 더욱 부각시키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지만 놀라서 지친다기보다 서서히 올라오는 그 긴장감, 그리고 몰입감을 위한 최적의 효과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시선
신기하게도 이들의 시선은 만나지 않는다. 같은 감정, 비슷한 감정을 느낌에도 대화 중에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액션영화에서 배우들이 서로 합을 맞춰보고 다투듯이, 이들의 시선은 철저히 계산되어 만나지 않는다.
눈은 뜨고 있으나 서로의 눈을 보지 않는, 투명한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덕분에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할 때만큼은 크게 강조되어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게 된다. 강력한 설득의 느낌이랄까.
같은 의미로, 무서운 무언가와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사람들은 죽음을 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시선이 가지는 강렬한 에너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였을까.
따라서 인물들의 시선을 쫓으며 언제야 비로소 만나는지 찾아내보는 것도 꽤 재밌는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들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가령 버드박스에 나오는 새는 어떤 역할과 의미를 지니는지,
새장이 아닌 검정 박스에 넣어 이동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어떤 의미인지, 왜 세마리인지,
또 비오는 날은 없이 매일 햇빛 가득한 바깥, 강을 따라 내려갈 땐 가득히 낀 안개 등과 같이 날씨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맬러리의 아이들이 가지는 이름을 통해 주인공이 가지는 삶과 소중한 삶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사소하게는 자꾸 등장하는 말이 가지는 의미,
맬러리와 톰이 살던 지역 사이에 있던 99번 도로의 의미 등을 생각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쉬움
아무래도 심리묘사 비중이 높은 영화는 충분한 몰입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자칫 루즈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보이던데,
왠지 부족한 몰입감에서 오는 루즈함을 교차편집을 통해 해결하려 한 것 같다.
정적인 분위기와 동적인 분위기의 교차를 통해 확실히 분위기 환기의 효과는 어느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선 교차편집을 통해 시간적 배경이 5년 전과 현재라는 두 가지 시간 영역으로 나뉘다가 맬러리와 아이들이 안전지대에 도달하기 직전에 시간이 서로 만나는데
이게 사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형적으로 나열한다 하더라도 이해 되지 않을 부분이 없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몰입감을 끌어낼 장치를 이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해서 전체적으로 탄탄한 느낌이 있었지만, 역시 소설에서 길게 설명 했던 인물 설명이나 내용 설명 등이 생략 된 것이 많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맬러리의 동생 비중이 너무 적었다던지, 딸을 잃은 더글러스의 멘탈,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뭘 먹고 지냈는지에 대한 부실한 설명과 표현들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후기
비슷한류의 영화들을 떠올리며 비교하려는 태도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나름 참신한 느낌의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소재들이 가지는 의미 파악, 시선의 방향 등을 쫓아가는 과정도 재미 중에 하나였고, 미지의 무언가에 대한 상상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맬러리와 아이들이 안전지대에 도달하기까지의 험난한 모험이 진행되며 볼 수 있는 맬러리라는 캐릭터의 심적변화는 분명 앞서 언급한 아쉬움을 달래줄만큼 입체적이었으며 여운이 남을 정도였다.
감상을 마치고 문득 나 역시 일상에 갇혀 통제당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지의 두려움 때문에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여운 깊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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