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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 리뷰: 마틴 스콜세지의 '도박'과도 같은 도전 | 넷플릭스 영화 본문

리뷰사전/영화

<아이리시맨> 리뷰: 마틴 스콜세지의 '도박'과도 같은 도전 | 넷플릭스 영화

미믹큐 2020. 4. 24. 00:25

"숱한 세월이 흐르고, 그가 입을 연다. 버팔리노 조직에 충성했던 암살자 프랭크 시런. 그가 봉인해온 비밀들이 세상에 드러난다. 격찬을 받은 마틴 스콜세이지의 걸작."

넷플릭스의 짤막한 설명이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식당들을 헤매던 중에 유독 이 짧은 간판이 호기심을 이끌었다. 특히나 주인장이 '마틴 스콜세이지'라니! 맛집 냄새가 난다. 

아니나 다를까 주방장이 셋인데, 이름하야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란다. 주말에 찾아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경건히 시청한다. 


전개
미국의 권력엔 마피아가 얽혀있던 미국 1950년대~1970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마피아의 페인터 '프랭크 시런'의 시점에서 서술(Narration)한다. 

주 인물은 
마피아의 페인터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 마피아 청부살인 결제자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트럭노조대표 '지미 호파'(알 파치노)
이렇게 세 남자이며,

이들의 충성, 우애 그리고 배신 사이에서 생겨나는 복잡한 감정이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프랭크 시런'은 어떻게 마피아의 페인터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만난 '러셀'은 누구인지, 또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후에 만난 '호파'는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그들과 함께하며 '프랭크 시런' 그 자신은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 등을 통해 미국의 권력, 마피아가 지배하던 시대를 새로운 관점으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BGM
'아이리시맨'에서의 배경음악은 어딘가 특이하다. 사건을 돋보이게 하려고 음악이 깔린다기보다는, 음악이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대변하여 연주되는 느낌이었다. 음악이 전환되는 부분은 사건의 전환점이라기 보다 동일 사건 내에서 변화하는 인물의 심리나 시점의 변환점과 겹쳤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과하지 않다. 인물과 서사가 메인이 될 때를 명확히 알고, 빠질 땐 과감히 빠진다. 가령 배신의 페이즈에선 무려 25분 간 배경음악은 깔리지 않고 물러나 있는다. 음악의 공백이 몰입을 한가득 들어차게 해주는 부분이다. 


감정
스토리를 꿰뚫는 세가지 주제, 충성과 우애 그리고 배신. 이 사이에서는 수없이 복잡한 감정들이 수반된다. 

가령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상황, 괜찮은 척 해줘야 하는 상황,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 화가 나면서도 미안한 상황, 좋긴한데 한편으론 부담스러운 상황 등. 

분명 우리도 충분히 겪어본 상황들이다. 그러나 이때의 감정을, 이때의 표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재미있고 맛있는 상황인 건 알겠는데, 조리법을 모르는 상황이랄까?

그런데 '아이리시맨'의 모든 요리사들은 이걸 '그냥' 표현해낸다. 수많은 얼굴 근육 하나하나를 조절해 다양한 표정을 조합해낸다. 그리고 각 표정들은 각 상황의 감정을 진하게 우려낸다. 


쇼트
'아이리시맨'의 모든 인물들의 감정과 그 연기는 가히 명품이다. 그러나 이를 적절히 담아낼 수 없었다면 그저 고급진 라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단언컨데, '아이리시맨'은 쇼트 맛집이다. 특히나 이곳의 미디엄 쇼트와 클로즈업 쇼트는 영화의 메인인 인물의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가뜩이나 재료가 좋은데 조리 실력까지 좋으니, 감정선을 바라봄에 한없이 보람차다. 


분할
쇼트 맛집이다보니 한 화면에, 대화하는 두 인물을 배치하면 한가득 들어찬다. 따라서 화면은 자연스레 좌측과 우측으로 나뉘게 된다. 

이때 화면 중앙을 기준으로, 왼편에 오는 인물과 오른편에 오는 인물의 포지션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공통적으로 왼편의 인물들은 어떤 포지션이며 오른편의 인물은 어떤 포지션을 지니는지, 이에 따라 특정 사건 내에서의 주 서술자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반대편의 인물은 주 서술자와 비교해 어떤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지 등을 염두해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쉬움
아무리 디에이징 기술이 적용되어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젊어져 보인다 한 들, 그들의 신체 나이는 속일 수 없어 보인다. 

40년대에 태어난 배우들이 20~30년 젊은 시절에서의 액션을 소화하자니... 한 켠에서 짠함이 몰려온다. 선홍의 페인트가 낡은 붓을 만나 힘겹게 칠해지는 모습에서 오는 안쓰러움이랄까. 

하지만 이 또한 영화의 종착점에서 기다리는 인생무상이라는 주제의 한 맛이겠거니. 

후기
감독은 '특정 방식에 맞춰 영화를 만들기보다 그냥 만들어보자'라는 신념을 지키며 영화를 제작했고 러닝타임 3시간 30분이라는 걸작 '아이리시맨'을 완성해냈다. 

영화 '아이리시맨'에서 보여준 그의 '도박'과도 같은 도전은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다. 

넷플릭스 시장에서 굶주린 영화허기를 달래다 만난, 코스요리 맛집이었던 것 같다. 하루 쯤 마음먹고 잔잔한 코스요리에 빠져들 여유가 있는 미식가라면, 영화 '아이리시맨'을 추천한다. 

P.S. 시간이 허락한다면 디저트로 23분짜리 '아이리시맨을 말하다'를 통해 <아이리시맨>의 여운을 한번 더 느끼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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